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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월례비가 임금이라는 판단에 대한 반론

by 소형가습기 2023.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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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에게 동정심을 갖는 것은 지은 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발장의 훔친 행위에 대해 전후 사정을 살폈을 때 몇년씩 형벌을 받는 건 수긍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 비춰 빵을 훔친 것은 관용을 베풀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잘못으로도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법을 다루는 사람이 절도에 대해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형벌의 경중이 잘못됐다는 건 인권적 측면과 사리분별의 측면에서 맞는 말이지만, 그와 함께 죄는 죄라고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훔친 행위를 두고 용서를 하는 것은 피해자나 종교인의 영역이지 법관의 영역이 아니다.

 

대법원이 타워크레인 월례비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을 내렸다고 한다. 건설업체가 타워기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대법원은 월례비가 사실상 임금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직접 본 것은 아니니 언론에 나온 기사에 따르면 그렇단다. 사실상 타워 기사들이 받아간 월례비가 잘못된 건 아니라고 해석한 셈이다.

 

공사장에 서있는 타워크레인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 조종사 고용관계 : 종합건설업체 → 타워크레인 업체 → 타워크레인 조종사
  • 월례비 지급 관계 : 하도급 건설사 → 타워크레인 조종사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계약 관계상 하도급 건설사에게 어떠한 금전을 받을 관계에 있지 않다. 그런데 하도급사들은 조종사에게 월례비를 줘왔다. 수년동안이나. 그 이유는 하도급사의 공사진척을 빨리하기 위해서였다.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이 공사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장비이다. 그런 장비를 조종사가 어떻게 조작하는 지에 따라 공사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고, 느려질 수도 있다. 건설공사에서 공사 속도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면 이 글을 그만 보길 권한다.

 

하도급 건설사는 조종사가 빨리빨리 작업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호의를 베푼 게 월례비의 시작이다. 처음부터 몇 백만 원 단위의 금전이 오간 것은 아니다. 담배에 불 붙여 주고 담배 한두갑 찔러주고, 저녁때 소주 한잔 사준게 시작이었다. 그런 일이 쌓이고 커져 하도급사에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자업자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잘못된 권리의식이 생긴 타워 조종사들은 더 큰 욕심을 내면서 월급 이상의 돈을 요구했다. 월천기사라고 이름도 붙여지고, 지역별로 월례비 시세도 달라지는 등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아는 사람은 못된 사람이다. 그런데 타워크레인 조종을 하는 사람들은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듯 그런 못된 짓을 다함께 했다. 노조라는 이름을 앞세운 것도 그렇고. 타워 월례비 관행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런데 법원은 불법적 권리의식이 빚어낸 행동을 '사실상 임금'이란 용어로 바꿔냈다.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 그 호의가 "묵시적 계약"이었다는 이상한 해석을 내렸다. 수십년간 지속돼 온 관행이니 잘못이 없다는 게 법률을 다루는 사람들이 할 소리인지 모르겠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하지 않았다. 분명한 계약관계가 있음에도 엉뚱한 사람에게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강제성이 없다는 논리도 법관의 탁상머리에서 나온 생각일 뿐이다. 한 개인이 어떤 기업의 수익을 좌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게 타워 조종사다. 그들을 공사장의 권력자다. 앞에서 공사 속도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는데, 법관은 공사 속도의 중요성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을 거 같다. 시간외수당은 일이 많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타워 기사들은 일부러 시간외작업을 자처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은 안해봤겠지. 공사 속도로 협박을 당했고,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뜯기는 경우도 있다. 누가 강제성이 정말로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번 판결은 장발장에게 무죄라고 한 셈이다. 그것도 수억원의 빵을 훔쳤는 데도 말이다. 


법원의 판결을 비판적으로 바라봤지만, 국토부의 반박보도자료 역시 한숨과 육두문자가 나오는 내용이다. 옹졸하기 그지없다. 지난 정권에선 방조하더니 이제는 때려잡겠다는 태도다. 그런 식으로 대응하면 이 문제가 풀릴 거라 보는가. 건폭 프레임으로 건설노조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 보는가. 똑똑한 바보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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